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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천황 폐하 만세', '이시바 총리는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를 공식 참배하라', '교육칙어를 교육 지도 원리로'.
일본 패전 80년을 맞은 15일 오전 남색 제복을 입은 남성과 여성들이 이러한 문구가 쓰인 깃발을 들고 도쿄 야스쿠니신사 앞에 모였다.
깃발 문구 내용은 일본 보수파 혹은 우익들이 주장하는 견해와 대부분 일치했다. 교육칙어는 1890년 공무원 전세대출 에 제정된 군국주의 교육 방침으로, 일본이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인 1948년 폐지됐다.
제복을 착용한 한 남성은 "지금 일본은 사회, 혼, 정신이 망해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일본은 멸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는 일왕에게 도움이 되는 운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말을 들은 참배객 일부는 손뼉 치 원어민교사 며 호응했다. 공개적으로 이들을 비판하거나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사람은 없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예년 패전일처럼 각종 제복을 착용하고 욱일기나 일장기를 든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일부 일장기에는 '천황 폐하 만세'라고 쓴 천이 걸려 있었다.



패전 80년 경찰야간수당 야스쿠니신사서 펄럭이는 욱일기와 일장기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이 패전 80년을 맞은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방문한 사람들이 욱일기와 일장기를 들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1868년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 유급휴가수당 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의 영혼이 잠들어 있다.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천 명은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으며,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한국인 일부도 유족 동의 없이 무단으로 합사돼 있다.
하지만 많은 실습분야 일본인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신경 쓰지 않고 친척이나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야스쿠니신사를 찾는다.
도쿄 도심 최고기온이 33.6도까지 오른 이날 야스쿠니신사는 2023년, 작년 패전일과 비교해 참배객이 훨씬 많았다.
야스쿠니신사 참배객 줄은 본전에서 일직선으로 이어졌는데, 작년과 달리 오전 10시께 신사 바깥쪽 횡단보도까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안내원은 참배까지 한 시간 이상 걸린다고 알려줬다.
신사 경내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전후 80년을 맞아 전쟁에 대한 관심이 커져 나고야에서 야스쿠니신사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야스쿠니신사에 비판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일본이 다시는 전쟁하지 않고 평화를 지킨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기 위해 총리도 와서 참배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패전 80년 야스쿠니신사 참배 행렬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이 패전 80년을 맞은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시민들의 참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다.


도쿄 가쓰시카구에서 딸과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찾은 50대 여성은 "전쟁의 좋고 나쁨을 떠나 전쟁에서 싸웠던 사람들을 위해 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전쟁과 역사에 대해서는 일본과 다른 나라 사이에 견해차가 있는 것 같다"며 "한국이 일본에 반성을 요구하지만, 일본이 전쟁 이후 한국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등 해준 것도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에 반성과 사죄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날 패전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 총리로는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했지만, 야스쿠니신사에서 대화를 나눈 평범한 일본인들은 '반성'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달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우익 성향 참정당이 의석수를 크게 늘리며 확인된 일본의 우경화 흐름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느껴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참정당 하지카노 히로키 의원은 선거 전인 6월 1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난징 대학살이 정말로 있었다고 믿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고 생각하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참정당 국회의원 18명은 이날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고, 집권 자민당 유력 정치인들도 잇따라 신사를 찾았다.



야스쿠니신사 참배한 다카이치 의원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이 패전 80년을 맞은 15일 도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결선까지 올라 이시바 총리와 경쟁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존숭하는 마음으로 애도의 뜻을 바쳤다"고 말했다.
그는 야스쿠니신사가 한국과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외교 관계(문제)가 될 것이 아니다"라며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분에게 성의를 갖고 애도할 수 있는 세계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익 성향 산케이신문은 이날 1면에 실은 '종전의 날 주장'에서 "타성으로 지속한 일방적 일본 단죄와 결별하고 선인의 발걸음을 균형 있게 아는 노력을 거듭하고자 한다"며 일본 총리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성'을 언급한 이시바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공물 대금을 봉납했다.
일본 현직 총리의 마지막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아베 신조 정권 당시인 2013년 12월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그해 8월 15일 추도사에서 이전 총리들이 언급했던 '반성'을 말하지 않았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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