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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 못 느끼는 '공감 제로'의 연쇄 과정
위 인용문에 나오는 A부터 Z까지는 나치 우체국 예금담보대출 지도부가 아닌 독일의 보통사람들이다. 그들은 '유대인 절멸'을 지시했던 아돌프 히틀러, 수용소를 총괄 감독했던 하인리히 힘러 친위대 총사령관처럼 홀로코스트의 설계자나 책임자는 아니다. 각자가 해낸 일들이 모여 아우슈비츠의 죽음으로 이어졌지만, 그저 한 부문만을 맡았을 뿐이기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죽음에 이르는 연쇄과정'에서 본인이 한 역할을 애써 돌 확인하신 아보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사악한 의도를 지닌 광기 어린 악마'가 아니라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상부의 명령을 따른 인물이라고 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거나 소통을 하지 못하는 인간이라 했다.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인간이 엄청난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 별내지구미분양 란 말을 꺼냈다. 배런코언은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이 수만 명의 평범한 독일인들이 홀로코스트에 크든 작든 공범자 역할을 했다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고 봤다. A부터 Z까지 모두 "나는 그저 작은 역할만 했을 뿐"이라 여겼고, 따라서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그런 작은 부문들이 모여 엄청나게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런코언은 아이히만에 대해서만큼은 아렌트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위의 A부터 Z까지의 역할과는 달리 아이히만의 죄질이 너무 무겁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주 글에서 짚었듯이, 아이히만을 '사악한 범죄자'로 보는 여러 연구자들은 아렌트가 (예루살렘 법정에서 "나는 명령에 따라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 했던) 아이히만의 연기에 속았다고 여긴다. 배런코언도 마찬가지다. 그는 "아렌트가 예루살렘 재판을 모두 지켜본 게 아니라 초반부만 지켜봤다"는 영국 역사학자 데이비드 세자라니(런던대, 2015년 타계)의 지적을 떠올리면서, "실제로 그녀가 예루살렘에 더 오래 머물렀다면, 아이히만이 단지 맹목적으로 명령을 따른 게 아니라 학살에 어떻게 창조성을 발휘했는지 봤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배런코언, 197쪽).
의 ‘한나’를 떠올린다. Ⓒ영국군 제5군 Film & Photographic Unit"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5/17/pressian/20250517110215112qgdr.jpg" data-org-width="640" dmcf-mid="ZpOFlIBWH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7/pressian/20250517110215112qgdr.jpg" width="658">
▲ 1945년 4월19일 베르겐-벨젠 수용소를 접수한 영국군이 붙잡은 친위대(SS) 소속 여자 경비대원들.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의 ‘한나’를 떠올린다. Ⓒ영국군 제5군 Film & Photographic Unit
아이히만에게도 양심이?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Ich habe kein Gewissensbiss gefühlt)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 도망자 시절 그곳으로 도망쳐온 다른 골수 나치들에게 이렇게 큰소리쳤다. 나치 시절 공포의 대상이었던 국가보안본부(RSHA)의 중간 간부(제4부 B과장, 친위대 중령)로서 유대인 추방과 수송을 맡았던 아이히만이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진 않았다 하더라도 몇 백만 명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데 대해 양심의 거리낌이 실제로 없었을까.
1960년 5월 아이히만이 예루살렘으로 납치된 뒤 유대인 심리학자가 조사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극악한 범죄자의 심리상태와 범행 동기의 뿌리를 찾기 위한 프로파일링 때문이었다. 그 심리학자는 아이히만에게 '양심'이 있는지 어떤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2000년 전 예루살렘에서 예수를 유대인들에게 넘기며 손을 씻었던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 얘기를 일부러 꺼냈다. 아르헨티나 시절의 아이히만 행적을 파헤친 독일 철학자․역사학자 베티나 슈탕네트에 따르면, 아이히만은 그 말을 듣자마자 "나 자신은 그 역사적 인물과 견줄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참 고맙다"면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바로 제 입장입니다! 빌라도는 손을 씻으면서 자신은 (예수를 죽이는) 결정 과정에 관련 없다는 뜻을 나타냈어요. 그는 그렇게 하도록 강요받은 것이었지요. 그의 상황은 저와 똑 같았습니다."(베티나 슈탕네트,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 글항아리, 2025, 384쪽)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이 들으면 "그게 무슨 헛소리냐"며 가슴을 치겠지만, 아이히만은 '양심이 깨끗하다'는 말을 오래 전부터 주문을 외우듯 입에 달고 살았다. 베티나 슈탕네트에 따르면, 독일 패전 뒤 숨어살던 아이히만이 1951년 아르헨티나로 도망치기 전에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양심과 손은 깨끗해. 내 아이들의 목숨에 걸고 맹세하는 거야." 1956년 자신의 회고록(미발간)에서도 가장 먼저 '깨끗한 양심'을 거듭 강조했다.
[원고에서 (첫째로) 자신의 '깨끗한 양심'을 단언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았기에, 그는 두 가지를 덧붙였다. "둘째, 상대편은 양처럼 온순한 존재가 아니었고, 오직 독일인들만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셋째, 이 피비린내 나는 최종해결(유대인 학살)을 낳은 장본인이 나란 말인가?"](베티나 슈탕네트, 388쪽)
'깨끗한 양심'을 들먹이는 것은 아이히만의 자유겠지만, 문제는 그 자신의 사악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죽고, 요행히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노예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아이히만을 보면서 홀로코스트 희생자(생존자, 유가족)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도덕 불감증'이니 '공감회로 고장'이니 하는 학술 용어를 쓸 필요도 없이, 한마디로 '양심 불량'이라 분개했을 것이다.
"우린 어쨌든 명령을 따라야 했지요"
독일군에서도 아이히만처럼 명령에 따라 잔혹한 전쟁범죄를 저지른, 생각이 부족한 장병들이 많았다. 이들을 흔히 '작은 나치'라 일컫는다. '작은 아이히만'이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영국 국립보존기록관에는 특이한 서류뭉치 하나가 보관돼 있다. 그 속엔 영국군에게 포로로 잡힌 독일군 장병들이 수용소에서 나눈 대화들이 그야말로 생생하게 담겼다. 포로들 몰래 도청을 해 만든 기록이다.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뒤 두 명의 전쟁사 연구자(런던정경대 죙케 나이첼, 폴렌스부르크유럽대 하랄트 벨처)가 그 기록들을 모아 한 권의 책(Soldaten, 2011)으로 편집해 냈다. 그 책에서 친위대 상사가 옆자리 장교(중위)에게 자신이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벌였던 학살을 털어놓는 대목을 보자.
[총살이 컨베이어벨트처럼 벌어졌어요. 하루에 추가 수당 12마르크, 그러니까 120크로네가 지급됐어요. 우리는 그 짓밖에 안 했어요. 그러니까 12명이 한 조가 돼 각각 6명씩을 끌고 와서 죽이는 거죠. 저는 14일 동안 다른 일은 아무것도 안했을 겁니다. 여자들도 총살했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낫더군요. 많은 남자들이 최후의 순간에 흐느끼는 걸 보았거든요. 그런 겁쟁이가 있으면 가운데로 데려와 일으켜 세웠죠. 우리는 식사를 두 배로 받고 12마르크를 받기 위해 뼈 빠지게 일을 한 거예요. 반나절 동안 여자들을 50명이나 죽였으니까요. 우리 중에는 여자들을 총살할 때 마음이 약해지는 자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어쨌든 명령을 따라야 했지요.](죙케 나이첼 & 하랄트 벨처, <나치의 병사들>, 민음사, 2015, 201-202쪽)
명령에 따랐다고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는 경우 면죄부를 받게 될까. 아니다. 부당한 명령을 받았다면, 그것을 거부해야만 전쟁범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서독에서 1960년대에 열린 여러 전범재판에서 피고들은 한결같이 "명령에 거부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주장은 재판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체로 고령의 나이였던 점이 양형에 영향을 끼쳤을 테지만 무죄로 이어지진 않았다(이들은 흔히 '작은 나치'들로 일컬어진다. 이들에 대한 전범재판은 다음 주 글에서 살펴볼 참이다).
"괴벨스 밑에서 타자 친 것 말고 한 일 없다"
법학자인 베른하르트 슐링크(베를린 훔볼트대)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Der Vorleser, 1995)의 원작자이다. 소설 주인공 '나'는 독일 패전 뒤 나이 많은 여인 '한나'를 사랑한다. 한나는 글을 읽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한나와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기 앞서 책을 읽어준다. 얼마 뒤 둘은 헤어진다. 법대생이 된 '나'는 나치 강제수용소 감시원들을 단죄하는 법정에 견학을 갔다가 한나를 보고 놀란다. '나'는 몰랐지만 그녀는 한때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여자 감시원이었다. 수용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 중에 머물던 교회가 공습으로 불타면서 안에 갇혔던 유대인 여자들이 죽은 사건으로 한나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신은 왜 교회 문을 왜 열어주지 않았는가?"는 판사의 질문에 한나는 이렇게 답한다. "그들을 그렇게 간단하게 도망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했어요."(베른하르트 슐링크,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이레, 2004, 137쪽) 한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감시 책임을 중요하게 여긴 나머지 화염에 휩싸인 수감자들의 고통을 심각하게 헤아리지 못했다. 한나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뭐가 잘못인지 제대로 깨닫질 못했다.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교활한 아이히만보다는 한나에게 맞을 듯하다.
위의 소설 속 '한나'와 닮은 실제 인물로는 브룬힐데 폼젤(1911~2017)이 있다. 폼젤은 1942년부터 패전 때까지 히틀러의 나팔수였던 나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의 속기사 겸 비서로 일했다. 괴벨스 일가족이 히틀러 벙커에서 자살한 뒤 소련군에 붙잡혀 엄한 조사를 받았고, 5년 동안 재판도 없이 감옥에 갇혀 지내다 풀려났다. 폼젤은 나이 103세 때 남긴 증언에서 아무런 참회의 뜻을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투철한 의무감에 따라 맡은 일을 충실히 완수했으며, "그 일이 나쁜 일이건 좋은 일이건 상관 없었다"는 식이다.
[나는 러시아인들이 나만 콕 집어서 잡아간 것이 전적으로 부당하고 잘못된 일이라고 느꼈어요. 괴벨스 밑에서 타자를 친 것 말고는 한 일이 없었기 때문이죠.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냥 러시아 군인들이 선전부 지하 벙커로 들이닥쳤을 때 거기에서 붙잡힌 것뿐이에요.](브룬힐데 폼젤, <어느 독일인의 삶>, 열린책들, 2018, 186쪽)
폼젤은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고, 아무것도 몰랐다"는 말을 거듭했다.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을 말하며 일찍이 지적했던,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을 못하는 무능력함(inability to think)과 '순전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가 폼젤의 증언 곳곳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괴벨스가 전쟁 중에 내뱉었던 숱한 인종차별적 독설들 가운데는 폼젤의 속기록을 통해 기록되고 가다듬어진 것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실을 완전히 잊은 모습이다. (예루살렘 법정에서 아이히만이 주장했던 것처럼) 괴벨스의 비서로서 성실하게 일을 했을 뿐이란 상투적인 얘기가 지루할 정도로 되풀이될 뿐이다.
▲ 베르겐-벨젠 수용소에서 숨진 희생자들을 집단 매장지로 옮기는 모습. 영국군의 감시 아래 여자 경비대원들이 작업에 강제 동원됐다. Ⓒ영국군 제5군 Film & Photographic Unit
밀그램 '복종 실험'이 확인한 '악의 평범성'
유대인 출신의 미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전 뉴욕시립대, 1933-1984)의 '복종 실험'은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과 맞닿는다. 그 실험은 보통 사람 누구라도 주어진 명령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고통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실험은 대체로 진행자 A와 피험자 B, '희생자' 역을 맡은 C, 이렇게 3인으로 이뤄졌다. C가 올바른 대답을 못할 때마다 B는 전기 자극을 높여가는 방식이었다.
진행자 A가 '어떤 일이 벌어지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진다'고 말하면서 B에게 '계속하라'고 재촉하면, C가 "제발 그만두라"고 고통을 호소하는데도 B는 전기 자극을 그치지 않았다. 또한 옆에서 진행되는 다른 실험에서 피험자가 전기 자극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면, B는 덩달아 대담하게 자극을 높였다. 한 실험에선 실험 참가자들 가운데 65%가 최고전압인 450볼트까지 이어갔다(실제로는 전기 자극이 없는 시뮬레이션이었다. 진행자 A와 한패인 C는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가짜로 냈지만, B는 그 사실을 몰랐다).
밀그램의 <권위에 대한 복종>(Obedience of Authority, 1974)은 문제의 '복종 실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실험의 주제는 부당한 명령을 따를 것인가, 맞설 것인가를 둘러싼 '명령에 따른 복종의 딜레마'였다. 밀그램에 따르면, 희생자를 거의 죽일 정도로 전압을 올린 이들은 특별히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게 아닌, 그야말로 보통사람들이었다.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그랬을 뿐이다. 밀그램은 '평범한 사람들'이 실험자의 지시를 더 기꺼이 따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 모두 합쳐 1000명쯤이 참여했던 실험 끝에 밀그램이 내린 결론은 "권위(명령)에 대한 인간의 복종 성향이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나타났다"였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가학적인 괴물'로 묘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이며, 그는 단지 책상 앞에 앉아 일한 '생각 없는 관료주의자'에 가까웠을 뿐이라 했다. 이 주장으로 아렌트는 비웃음을 샀고, 심지어 조롱거리가 됐다. 당시 아이히만의 괴물과 같은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선 '야만적이고 뒤틀리고 가학적인 성격'과 '악의 화신'이 필요했다. 우리의 실험에서 수백 명의 피험자들이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목격한 뒤 나는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이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사실일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스탠리 밀그램, <권위에 대한 복종>, 에코리브르, 2009, 30-31쪽)
1961년 예일대에서 처음 시작했던 실험은 그 뒤 비윤리성 논란에 휩싸였다. 실험 참여자들은 정신적 후유증을 호소했다. 1963년 밀그램은 하버드대 조교수로 옮겨갔지만, 실험의 비윤리성이 문제 돼 종신교수직(tenure)을 받지 못했다. 심장 질환과 스트레스가 겹쳐 51세로 일찍 숨졌다. 그는 타계 2년 전(1979년 3월) 미 CBS방송의 간판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서 매우 섬뜩한 말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나는 실험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 실험을 통해 형성된 정보와 나 자신의 직관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나치 독일에서 본 것과 같은 죽음의 수용소 시스템이 미국에 설치된다면, 미국의 중간 규모 도시에서는 수용소를 꾸려가는 데 충분한 인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이스라엘 차니, <폭력의 전염: 우리 안의 12가지 제노사이드 심리>, 선인, 2024, 61쪽에서 재인용)
곰곰 새겨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위의 글을 쓴 이는 유대인 심리학자인 이스라엘 차니(전 히브리대)다. 예루살렘 '홀로코스트와 제노사이드 연구소' 소장인 차니는 그의 책(The Genocide Contagion, 2016)에서 제노사이드를 저지른 히틀러나 이시이 시로(石井四郎, 731부대장)와 같은 '사탄' 범죄자들을 살펴보면, '그들의 살인을 돕기로 동의한 보통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했다. 그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은 잔인성․공격성에서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손에 피를 묻혀가며 학살을 거들었다는 얘기다.
"우린 괴물이 될 수 없다"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1990년대 발칸반도를 피로 물들인 잇단 내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사라예보에서의 총성(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황태자 부부 암살)으로 터졌다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로 말미암아 '세계의 화약고'란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 붙었고, 영어사전에 'balkanize(분열하다)'는 단어가 보태졌다. 독일 통일(1990), 소련 해체(1991)와 더불어 냉전 체제가 무너질 때 유고연방도 쪼개졌고 10년 내내 내전의 불길에 휩싸였다. 90년대 전반기는 보스니아 내전, 후반기는 코소보 내전을 치렀다. 보스니아에서 10만 명이 희생되고 200만의 난민이, 코소보에선 1만 3000명이 희생되고 90만의 난민이 생겼다(필자는 보스니아 2회, 코소보 3회 현지취재를 다녀왔다. 발칸내전이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은 김재명, <오늘의 세계분쟁>, 미지북스, 2023, 개정 2판 240-303쪽 참조 바람).
내전이 터지자, 어제까지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던 이웃집 아저씨가 곧바로 총을 들고 인종청소에 나섰고 전쟁범죄자가 됐다. 네덜란드 헤이그 유고전범재판소(ICTY) 법정의 피고들은 내전이 터지기 전만해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크로아티아 기자이자 작가인 슬라벤카 드라쿨리치는 헤이그 법정에서 피고들을 지켜보면서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떠올렸다. 그가 낸 책(They Would Never Hurt a Fly, 2004)의 핵심 대목을 데이비드 스미스(뉴잉글랜드대, 철학)는 이렇게 옮겼다.
[당신은 날마다 법정에 앉아 피고인들을 지켜보면서, 추하든 잘생겼든 그들의 얼굴, 하품하는 방식, 머리를 긁거나 손톱을 매만지는 모습을 보면서 전쟁범죄자도 평범한 사람일 수 있음을 깨닫고 점점 더 두려워진다. 왜? 그들이 괴물인 것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우리 가운데 누구라도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음을 뜻한다. 이제 당신은 그들이 괴물임을 인정하는 것이 그토록 쉽고 편안한 이유를 이해한다.](데이비드 스미스, <인간 이하>, 웨일북, 2022, 203쪽)
데이비드 스미스는 비인간화와 집단폭력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연구자다. 스미스는 그의 책(Less Than Human, 2011)에서 "괴물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사람들이 전쟁범죄자들을 '괴물'로 여기는 것은 그들이 '우리와는 다른 종류의 인간'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지만, 스미스는 틀렸다고 말한다. 위 글을 쓴 드라쿨리치의 지적처럼, 전범자들을 '괴물'로 낙인찍고 "그들은 우리와는 다르다, 우린 괴물이 될 수 없다"며 거리를 두려는 편리한 생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은 '괴물과는 다른 평범한 우리'도 전범자로 피고석에 설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숨진 희생자를 기리는 동판 걸림돌(Stolperstein). 유럽에는 독일을 비롯한 18개국에서 약 10만 개의 걸림돌이 희생자의 옛집 가까이에 놓여 있다. Ⓒ김재명
'자발적 학살자'로 동원되는 '평범한 사람들'
지난 주 글에서 짧게 짚었듯이, 크리스토퍼 브라우닝(노스캐롤라니아대, 독일현대사)은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이 지닌 통찰력을 높이 사면서도, 아이히만에겐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아이히만은 사악한 의도를 지녔고, 그가 저질렀던 죄의 무게가 독일의 보통 전범자들에 견주어 매우 무겁다고 봤기 때문이다.
브라우닝은 함부르크의 보통사람들로 구성된 101예비경찰대대가 학살부대로 바뀌는 과정을 다룬 그의 역작(Ordinary Men, 1992)에서 (앞에서 살펴본)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에 대해 보충 의견을 냈다. 그는 '밀그램의 실험에서 언급되긴 했지만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요소'로 '동료집단에 대한 동조'(conformity to the group)를 꼽았다. 병사들이 상급자의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것은 (밀그램의 실험 방식처럼) '명령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세뇌(洗腦)뿐만 아니라, 동료 집단을 의식해서라는 얘기다. 브라우닝은 '집단에 대한 동조' 말고도 'peer pressure'란 용어도 함께 썼다. 개인이 동료들의 기대나 행동에 자신을 맞추려는 압박감을 뜻한다. 설명을 더 들어보자.
[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대열에서 이탈하면 (학살의) '궂은 일'을 다른 동료들에게 미룰 뿐이라 생각했다. 사실 몇몇 대원이 이탈한다 해도 대대는 그 (학살)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그렇기에 사살조 참여 거부는 부대 전체가 함께 불쾌한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작전에서 자신의 몫을 거부하는 것을 뜻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기적인 행위였다. 사살에 가담하지 않은 대원은 다른 대원으로부터 고립되고 따돌림 당할 각오를 해야 했다.](크리스토퍼 브라우닝, <아주 평범한 사람들>, 책과함께, 2023, 284쪽)
브라우닝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원들은 자신의 살인행위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집단의 움직임을 따라 '나는 동료들과 함께 한다'며 자신을 '포장'했다. 학살 임무에서 빠진 대원은 '겁쟁이'라는 놀림을 받았고, 화장실 청소 같은 일이 주어졌다. "차라리 총을 쏘는 것이 더 쉬었다"는 얘기다. 브라우닝의 학살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죽음에 익숙해지면서 거부반응은 무뎌지고 어느덧 '작은 나치' 또는 '작은 아이히만'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브라우닝이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통찰력 있는 분석이라 여긴 것도 바로 이런 대목에서다.
"평범한 이들 누구라도 학살자가 될 수 있다"
브라우닝은 홀로코스트 연구의 뛰어난 업적과 더불어 사려 깊은 역사가로 잘 알려졌다. 그는 인종주의가 세계 곳곳에 퍼진 상황에서 많은 보통사람들이 '또 다른 아이히만'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걱정한다. (글 위에서 본) 크로아티아 기자 슬라벤카 드라쿨리치가 헤이그 법정에서 했던 '괴물' 걱정과 맥을 같이한다. 인용문이 길지만, 깊은 뜻을 지니고 있기에 브라우닝의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사실상 오늘 글의 결론이다.
[나는 오늘날 우리가 전쟁과 인종주의가 만연한 세계에 살고 있으며, 국가가 대중을 동원하고 또 그들의 (폭력) 명분을 정당화하는 힘 또한 여전히 막강할 뿐 아니라 계속 더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세계에서는 전문화와 관료화 때문에 (전쟁범죄 등에 대한) 개인의 책임감이 점점 더 희박해져가고 있으며, 집단이 개개 구성원들에게 거대한 압력을 행사하며 (잘못된) 도덕적 기준을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매우 두렵다. 이러한 세계에서는 만약에 어떤 근대적인(침략적인) 정부들이 집단학살을 저지르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을 그들의 '자발적인 학살 집행자'로 동원하고자 한다면 여전히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크리스토퍼 브라우닝, 346-347쪽)
이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전세계 곳곳에는 (신경과학자이자 발달심리학자인 사이먼 배런코언이 말한) '공감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인간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아렌트가 지적한대로 생각이 모자랐던(무사유의) 전쟁범죄자 아이히만까진 아니더라도, 잠재적인 '작은 아이히만'이자 '작은 나치' 예비후보자들이다. 그들에게 그럴듯한 계기가 주어진다면, (브라우닝이 걱정했던 대로) '자발적인 학살 집행자'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먼 남의 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어떤 정치·경제·군사적 위기의 순간에 탐욕스런 권력자의 선동에 휘둘린다면, 우리 마음속에 숨어있던 '작은 아이히만'이 불쑥 튀어나올 수 있다. 12.3 계엄 뒤의 혼란 속에서 서울 서부지법을 습격했던 폭도들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힐끗 보였다. 브라우닝의 경고처럼, 앞으로 더 엄청난 일들이 이 비좁은 땅에서 일어날까 두렵다.
다음 주엔 전쟁이 끝나고 한참 뒤 뒤늦은 나치 전범자(이른바 '작은 나치') 처벌 상황은 어땠는지, "홀로코스트는 없었다"(또는, "가스실은 없었다")고 우기는 부정론자(또는 수정론자)들의 논리와 문제점은 뭔지를 독자들과 함께 살펴보려 한다.(계속)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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