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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필라테스 정부의 무리한 정책이 말끔히 철회될 거란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 발전노조를 향한 초강경 대응의 주체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우리 정부는 한 번도 공공성 높은 분야의 종사자들이 벌이는 집단 쟁의를 두고본 적이 없다. 미국 사회학자 엘리엇 프라이드슨이 '프로페셔널리즘'에서 밝혔듯, 정부를 상대로 일정 수준의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해당 직역이 공공성과 정부 개입이 높은 분야임을 방증한다. 애초에 그런 분야만이 전문직 지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의료 분야 역시 여기서 예외가 되긴 어렵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증원은 이미 불가피해졌고, 지난 민주당 정부에서 철회했던 공공의대 역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개연성이 커졌다. 이미 심각한 수준의 신뢰 붕괴를 경험하고 있는 의사 집단 내부에서 이런 협상안을 받는 건 오명(汚名)을 뒤집어쓰는 일이 될 테다. 그러나 뼈를 지키기 위해 살을 내어주는 일이 그런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 2년여의 휴학으로 삶이 망가진 의대생들이 뼈인지, 의사 집단 전체의 포괄적 이익이 뼈인지는 각자의 판단이 다를 수 있을 테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후속 세대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집단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조직은 결국 지속 가능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최우선 목표는 의학 교육 정상화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