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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리셀(재판매) 시장에서 최고급 명품시계를 주로 취급하는 김모 씨(46)는 최근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대신 각종 리셀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재고분을 늘리고 있다. 가까운 거리라면 해외까지 가서 시계 매물을 구하는 등 최대한 물량을 확보 중이다. 중고 시계를 가지고 미국 시장으로 건너가 판매하려는 생각에서다.
해외 리셀 시장에서 대량 매매를 해본 적 없던 김 씨가 미국 현지 판매를 고려하게 된 데에는 '트럼프발 관세 폭탄' 여파가 있다. 미국이 스위스산 물품에 39%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내 스위스산 시계 리셀 시장이 몰라보게 커졌다. 김 씨는 “이미 발빠른 리셀업자들은 지난해부터 수능10등급 판매를 줄이고 관세 동향을 살피며 미국 판매를 준비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일본, 중국에서도 일부 업자들이 명품시계를 싸들고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소식이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미국으로 넘어가려 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산 물품에 39％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글로벌 시계 리셀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세 창업진흥원 채용 계 최대 시계 수출국 스위스가 미국 시장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계 수집가들 수요가 리셀 시장으로 쏠리는 경향 때문이다.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스위스와의 양자 무역협상이 지난 1일 시한까지 타결되지 못함에 따라 7일부터 스위스산 수입품에 대해 일괄 39%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한국장학재단 인증서 발표했다. 앞서 올 4월 스위스에 부과한다고 예고했던 상호관세율(31%)보다 8%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이미 수만~수십만 유로를 호가하는 스위스 대표 브랜드 롤렉스와 오메가, 파텍필립, 까르띠에 등 고급 시계 제품은 미국 내 판매가격이 20% 이상 인상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발언을 빌려 2금융권금리비교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딜러들이 신규 수입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이미 일부 모델의 소비자 가격을 10~15% 인상한 상황이다. 관세가 본격 적용되면 최대 35%까지 가격이 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고급 시계 최대 판매업체 중 하나인 영국 상장사 ‘와치스 오브 스위스(Watches of Switzerl 부사 and Group Plc)’는 관세 발표 직후 주가가 하루 만에 7.3% 하락했다. 이 회사는 롤렉스를 비롯한 다양한 스위스산 고급 시계를 미국·영국 매장에서 유통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이미 주가가 20% 가까이 빠진 상태다.
스위스 시계산업협회(FH)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기준 스위스 시계 수출의 1위 시장으로 전체 수출액의 15.5%를 차지했다. 하지만 고율 관세 도입 이후 수출 감소 및 물량 조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관세 여파는 글로벌 시계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고급 시계 제조사인 스와치 그룹, 리치몬트 역시 미국 매출 감소 우려에 직면했다. 특히 리치몬트는 최근 분기 시계 매출이 7% 감소했고, 스와치는 금값·환율·관세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마진 축소를 경고한 바 있다. 관세 발표 후 스위스 시계 연맹(FHS)은 “6월 수출 실적 기준으로 이미 미국·일본·홍콩 등 주요 시장에서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번 조치로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백화점 쇼윈도에 전시된 롤렉스 시계를 시민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스위스산 시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고급 시계 수요는 이미 중고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고급시계 중고거래 플랫폼인 크로노24, 와치차트, 밥스와치 등은 최근 몇 주간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중고 명품 시계 시장은 현재 전체 시계 유통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명품 카테고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유진 투투니코프 크로노24 미국 지사장도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39%의 관세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신제품을 ‘상위 1%만이 구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치품’으로 만들었다”며 “중고 시장은 더 빠르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 적용 직후 한 달 안에 중고 시계 가격이 최대 10%, 향후 6개월 내 최대 35%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 폭탄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고급 시계 리셀업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국내 소비자 위주로 수입 후 유통되던 구조가 미국 내 직접 판매 또는 현지 중개를 통한 역수출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고가 시계 리셀업체들은 현지 파트너를 통한 풀필먼트 연계 모델도 구상 중이다. 이미 일본 등 고가시계 리셀 마켓이 잘 형성된 시장에선 앞서 미국시장으로 중고시계 판매상들이 넘어간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가 시계를 보유한 셀러들이 일부 미국 시장으로 넘어갈 경우 국내 시장도 연쇄적으로 시계 물량이 줄고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서울 강남에서 명품 시계 리셀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사장은 “관세 인상 여파로 미국 내 롤렉스 가격이 최소 30% 더 오를 수 있다고 한다”며 “시계 리셀 시장 자체가 실물 기반 자산성과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수익 모델인로 시차나 수요 격차·환율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차익을 남기는 시장이다 .실제로 관세 여파가 장기화되면 국내보다 미국 시장에서 50~60%는 더 비싼 값을 쳐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