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다 부르고 난 뒤에는 한 주 되돌아 보기 활동을 했어요. 한 주 동안 찍은 사진들을 쭉 살펴보면서 이번 주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같이 살펴보는 건데요. 사실은 이 활동을 하고 짧게라도 '좋아바 회의'를 할 생각이었어요. 매주 금요일 마지막 시간은 항상 회의를 하는 시간이니까요.그런데 시계를 보니까 벌써 집에 가야 되는 시간인거예요. 사진만 보고 부랴부랴 애들 옷 입히고 가방 메고 늘봄 교실로 향했는데.......뭐지........이 적막과 고요함은......뭔가 잘못 됐다는 느낌이 팍 들더라고요. 늘봄 교실 앞이 이렇게 적막할 수가 없는데....분명히 늘봄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로 뒤섞여서 소란스러워야 정상인데......너희 뭔데.....사랑하지 마.....그냥 친하게만 지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이 활동을 2차시로 잡아 놨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내더라고요. 20분 정도가 시간이 붕 떠서 '어떡하지....어떡하지....' 하다가 동학년 선생님이 뿌려주신 숨은 그림 찾기 학습지가 있어서 아이들한테 줬더니 인기 대폭발! 2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답니다.오늘은 아침부터 선물을 받았어요. 제가 서 있는데 남자 친구 한 명이 옆에서 제 손을 꼭 붙잡고 저를 안더라고요. 그래서 "왜? 선생님한테 할 말 있어?" 그랬더니 "그냥 안아 주고 싶었어요." 하면서 주머니에서 사탕 두 개를 쓱 저한테 주더라고요. 귀엽.....!!정말 베테랑인데다가 훌륭하신 동학년 선생님들이 계셔서 초보 1학년 담임은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갑니다ㅠㅠ 난 복도 많아ㅠㅠㅠ놀이를 하는 와중에 쭈뼛거리거나 시무룩해서 안 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살짝 지켜보다가 제가 뒤로 가서 "선생님이랑 가위바위보 하자!" 했더니 싫다고 고개를 젓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선생님은 00이랑 꼭 가위바위보 하고 싶은데....한 번만 하자!" 하니까 그제야 가위바위보를 하더군요.계속 중학교 버전으로 숲 속의 작은 코알라 하자고 졸랐지만 밥 먹으러 갈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얼른 손 씻기고 맛있게 밥 먹고 왔습니다.그래서 잠도 깰 겸, <우리 반이 제일 좋아> 노래를 열심히 불렀어요. 저번에 한 번 불렀다고 아이들이 제법 잘 부르더라고요. 몇 번 노래를 부르고 난 뒤에는 가사가 지워지는 노래를 불러봤는데 반응이 폭발적! 음악의 신 항성쌤 김항성 선생님께 전수받은 음악 놀이를 제 나름대로 편집해서 적용해 봤는데 정말 재밌었답니다.매일 아침 8시 40분부터 50분까지, 10분 독서 시간은 칼 같이 잘 지켜지고 있어요. 말 많은 친구들도 이 때만큼은 입 꾹 다물고 책 읽으려고 노력합니다.어쨌든 막판에 좀 큰 실수가 있긴 했지만 이번 한 주도 무사히 잘 넘어갔습니다. 하루하루 외나무 다리를 걷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동학년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잘 살아가고 있어 감사한 요즘입니다. 다음 주에도 큰 탈 없이 무사히 넘어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여자 친구 한 명도 저한테 오자마자 스티커 선물을 줬어요. "선생님 주는 거야? 고마워~"했더니 아주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데 어찌나 웃기던지요. 그 와중에 몇몇 여자애들이 스티커 구경하면서 "뭐예요? 무슨 스티커예요?", "우왕! 나도 갖고 싶당. 선생님 부럽땅~~~", "선생님은 좋겠당~~~" 이래서 "이건 선생님거야. 탐내지마." 하고 제 주머니 속으로 쏘옥 집어 넣었답니다."너처럼 잘생긴 남자가 내 짝꿍이라니 참 좋아."오늘도 저는 김영란 법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이고요. 너무 귀여운 선물이었어요. 고학년 담임할 때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매일같이 벌어집니다.놀이가 다 끝나고 "왕 자리에 한 번도 못 앉아 본 사람, 손!" 했더니 몇 명이 손을 들더라고요. 나와서 앉은 다음에 가장 거만한 포즈 취하라고 했더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주 포즈를 취한 친구가 있어서 또 빵 터졌답니다. 1학년 아이들과 하는 놀이는 원초적인 재미가 있네요.한 여자애가 제 허리춤을 톡톡 쳐서 "응? 왜?" 했더니 손을 허리에 올리더니 "선생님! 저 지금 기분이 흥칫뿡이에요! 힘들어서요!" 하면서 저를 째려보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흥칫뿡에 꽂혀서 막 웃으면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실수를 용서하는게 가장 멋진 거라고 이야기 해 줬답니다. 그랬더니 "네~" 하고 10분 잘 기다렸어요ㅎㅎ1교시에는 친교 놀이를 했어요. 먼저 그림책 <하이파이브>의 앞 부분을 같이 읽고 난 뒤에 하이파이브 대회를 열었습니다. 고학년을 맡았을 때도 항상 하던 하이파이브 인사 나눔부터 시작했어요. 노래가 나오는 동안 모든 친구들과 만나서 하이파이브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고요.밥 먹고 와서는 아이들이 가장 졸려하고 힘들어하는 4교시를 합니다. 자세도 많이 흐트러져요. 사실 그렇죠. 얼마나 힘들겠어요;;; 딱딱한 의자에서 4교시를 버티는 게 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5~6학년 제자들아, 그동안 똑바로 앉으라고 구박해서 미안해. 너희도 이렇게 힘들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