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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와이 슌지 감독으로서의 정체성이 탈(脫)일본적이거나 서구 지향적이어서라기보다는 코스모폴리탄을 지향하는 그의 세계관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일본적인 것, 아니 일본 자체를 지겨워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의식은 늘 일본 밖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그건 이와이 슌지가 영화를 연출하는 것 외에도 스스 현대자동차 할부 로가 작곡가이자 뮤지션이기도 하고, 소설을 쓰는 작가이기도 한 다방면에 관심과 재능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탈일본을 원하는, 그의 정신세계의 정점을 드러낸 영화가 바로 이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이다.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 정시무료상담 ="https://t1.daumcdn.net/news/202507/22/ked/20250722165705241skne.jpg" data-org-width="1000" dmcf-mid="U1uUnxwMW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 항공권 특가 e=https://t1.daumcdn.net/news/202507/22/ked/20250722165705241skne.jpg" width="658">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의도적으로 매 대구은행 우 혼란스러운 작품이다. 다소 난삽하기까지 하다. 일본 제목은 그냥 ‘스왈로우테일(호랑나비)’이다. 주제가가 ‘스왈로우테일 – 사랑의 테마’였고, 한국어 제목은 거기서 가져온 것이다. 이 영화의 서사는 마구 뒤섞여 있는데 부분 부분의 에피소드를 전체 내러티브로 이어 붙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표면적으로 주인공은 아게하(이토 아유미)다. 아게하는 일본어로 직장인무서류대출 애벌레 혹은 호랑나비이다.
이 영화는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 아게하가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어 가는 성장영화이자 아게하 일행이 옌타운이라는 빈민가에서 벗어나 주류사회로 나아가는 정서적 로드 무비이다.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예상하듯, 상당히 어둡고 우울하게 그려진다. 따라서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한 마디로 디스토피아 영화이다. 영화의 시점 공간 모두 불투명하지만 일본 사회의 근 미래, 더 나아가서 우리 모두의 미래 사회가 이럴 것이라 짐작하게 만든다. 이와이 슌지는 당시 우울했고,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으며, 많은 이들에게 우울의 기억을 남긴 후,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을 다시 우울하게 복기시킨다.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2/ked/20250722165706595wvto.jpg" data-org-width="1000" dmcf-mid="uZuUnxwMW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2/ked/20250722165706595wvto.jpg" width="658">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이와이 슌지의 비관주의에는 일정한 스타일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아게하가 외국인 의사이자 타투이스트에게 스왈로우테일 문신을 새기는 장면이 그렇다. 그 씬에야말로 슌지의 낙관이 찍혀 있다. 의사는 아게하에게 타투는 몸에 생명을 키우는 것이며, 그것이 성격도 변하게 하고 운명도 바꾼다고 말한다. 새로 태어나는 거라고 말한다. 아게하는 가슴에 제비 꼬리 모양을 한 나비, 곧 호랑나비 문신을 새긴다. 그녀는 어릴 때 창녀였던 엄마의 방에서, 엄마가 몸을 파는 동안 방안에 들어 온 나비를 (엄마에게 보여주기 위해) 잡으려다 그만 창문으로 찧어 죽게 한다. 이후 엄마도 죽는다. 아게하의 인생도 그때 그렇게 멈췄지만, 그녀는 결국 애벌레에서 나비가 돼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 애쓴다.
슌지의 이 장면, 아게하의 타투 씬은 가히 몽환적이다. 아게하가 벗고 누운 가슴에 나비 문신이 새겨질 때 역시 벗은 가슴 위로 남자가 허우적대는 동안 그의 몸 밑에서 공허한 표정으로 허공의 나비를 응시하는 엄마의 표정이 부감 쇼트로 교차한다.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소녀의 어둡고 슬픈 과거가 명멸한다. 이 장면은 이와이 슌지가 이후, 역시 혼란의 극치를 의도적으로 보여 준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에서 재현된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에서 이와이 슌지는 일본 경제와 사회의 붕괴에 충격을 받았고 <립반윙클의 신부>에서 슌지는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괴로워했다. 슌지는 원래 자신의 의식과 정신세계가 붕괴하는 과정을 종종 작품 속에 담아내는 걸 즐기는 감독이다.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2/ked/20250722165707892hpwg.jpg" data-org-width="1000" dmcf-mid="7HcUnxwMT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2/ked/20250722165707892hpwg.jpg" width="658">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서사의 기본 줄기의 핵은 위조지폐 범죄이다. 빈민가인 옌타운에서 몸을 팔거나 그에 준하는 잡일과 잡범 짓을 하며 살아가는 페이 홍(미카미 히로시), 랑(와타베 아츠로), 글리코(챠라) 등 일행에게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글리코의 손님으로 온 스도라는 이름의 카츠시카파 행동대장이 아게하까지 범하려는 과정에서 한때 권투선수 출신인 옆방의 흑인 남자 애로우에게 얻어맞고 창문 밖으로 떨어져 죽는 일이 발생한다. 페이 홍 등은 스도를 땅에 묻는 과정에서 그의 몸 안에 카세트테이프 하나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들은 테이프로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를 듣지만, 사실 이 테이프 안에는 지폐를 위조할 수 있는 비밀 마그네틱 시그널이 들어 있다.
옌타운에는 마치 미국 서부 시대의 금광처럼 가장 강력한 화폐 가치를 가진 옌을 구하려고 각종의 이민자들로 넘쳐나는데, 상하이 유민들, 미국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일본인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영어와 만다린, 일본어를 뒤섞어 쓰며 타락한 욕망, 비루한 섹스로 살아가는 중이다. 영화는 언어의 혼란만큼 시각적으로도 꽤 어지럽게 장면들을 흔들어 댄다. 1996년 영화치고 과도한 핸드헬드로 시선을 의도적으로 흐트러트린다. 극단적 클로즈업이 빈번해 영화 자체가 어떤 때는 자칫 일그러져 보이기도 한다. 일본 사회의 비틀린 자화상, 전 세계자본주의가 붕괴하고 모습이야말로 이와이 슌지가 30년 전 그려냈던 초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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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1996년에 만들어져 당시 한국에 들어올 수 없었던 (일본 영화의 개방은 1998년에 이루어졌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2005년에나 개봉됐는데, 그 간극은 중간에 밀레니엄의 요란함이 있었던 만큼이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1996년은 어두웠지만 2005년의 세계는 더 어두웠으며 그래서 현실을 더 어둡게 그리지 못한 이전의 디스토피아 작품에 대해 사람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많은 젊은이들은 이 영화를, 한편으론 낭만적으로 받아들였다. 그건 순전히 슌지가 사용한 영화음악의 서정성 때문이다. 음악감독은 코바야시 타케시였다.
30년 된 이와이 슌지의 묵시록적인 예언에 가까운 영화를 보는 것은 다소 당황스럽다. 젊은 시절의 이 영화는 스타일리쉬한 면이 있었지만, 오랜 세월의 더께는 그것을 다소 치기 어린 것으로 보이게 한다. 그건 마치 라스 폰 트리에 등이 했던 도그마 선언이 지금은 별반 효용성이 없는 노력처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이와이 슌지는 1996년이라는 세기말 시점에 사람들이 자멸해 가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세상은 그냥 여전히 계속해서 망해 가고 있을 뿐이다. ‘망한 것’보다 더 어둡고 공포스러운 것은 ‘망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 현재형이 사람들을 두렵게 만든다. 우리는 왜 진화하지 않는가. 인류는 왜 퇴보하고 있는가. 주인공 아게하가 호랑나비가 되듯(애벌레 그림에서 호랑나비 문신으로 옮겨가듯) 우리에게도 과연 변화와 성장, 희망이란 것이 남아 있는가. 그것조차 진부한 얘기인가. 이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가 질문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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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스틸컷 / 사진출처. 왓챠피디아


이와이 슌지는 고향이 센다이이다. 그 역시 동일본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많은 친지를 잃었다. 그 충격이 그로 하여금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데 주저하게 하고 있다. 그는 더 이상 <러브레터>와 <4월 이야기>의 감독이 아니다. 그의 정신은 원래부터 다소 다크한 데가 있었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그의 어두운 정신세계를 보여 주는 대표작이다. 지난 7월 16일 재개봉됐다. 예술영화관을 순회 중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