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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 김동환이 발행한 대중잡지 ‘삼천리’가 1931년 공모한 ‘미스 코리아’ 첫 영예는 열여덟살 최정원이 차지했다.([모던 경성]사진으로 뽑은 국내 첫 ‘미스 코리아) ‘삼천리’ 1931년11월호는 326명이 응모한 가운데 ‘심미계(審美界)의 권위인’ 이광수 염상섭 김안서 안석주 이승만 이청전 허영숙 나혜석 김일엽 최승희 등 각계 인사들이 ‘여러 2011유망주
날을 두시고 엄숙하고도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했다고 공개했다.
최정원은 대전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였다.(만화경, 별건곤 제45호) ‘삼천리’ 여기자 최정희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됐다.



1931년 11월 잡지 삼천리 주최 '미스 코리주식차트보기
아' 대회에서 우승한 최정원. 3년 뒤 그는 단편 '낙동강'으로 '완벽한 리얼리즘'이란 찬사를 받으며 등단했다.


◇‘미스 코리아란 말만 하기도 미안스럽다’
조선 초유의 ‘미스 코리아’선발은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눈총도 받았던 모양이다. ‘전 조선을 모아놓은 미인이오, 조선의 문인, 방산주
화가, 무용가의 제 권위들의 엄선한 것이나 조선에 미인이 없음인지 1등 당선된 여자는 나의 보기에는(감상안이 저급해서 그런지 몰라도) 미스 코리아란 말만 하기도 미안스럽다.’(10월 잡지평 1, 조선일보 1931년10월10일)
필자는 같은 글에서 ‘삼천리’에 대해 ‘저급한 취미에만 흐른다고 비난도 있거니와’ ‘좀 더 내용에 있어 무게있는 이라이콤 주식
글을 싣기를 바란다’고 쓴 것을 보면 잡지가 통속적으로 흐르는데 대한 비판도 담긴 것같다.



'삼천리' 1931년 11월호에 발표한 사상 초유의 '미스 코리아' 선발대회 결과. 최정원이 특선을 받는 등 14명이 입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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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뒤 작가 데뷔한 최정원
최정원은 3년 뒤 다시 주목을 받았다. ‘미스 코리아’를 주최한 ‘삼천리’(1934년11월호)를 통해 작가로 데뷔한 것이다. ‘낙동강’이란 단편소설이었다. 소설가 겸 평론가로 활약하던 장혁주는 작품이 실린 ‘삼천리’에 추천사 ‘최정원씨의 낙동강을 읽고’를 썼다. ‘최씨의 표현력의 비상함에 경탄’ ‘이 한편으로도 당당히 기성작가와 어깨를 견줄 수있다’면서 ‘완벽한 리얼리즘’이라고 극찬했다. 갓 데뷔작을 낸 신인에게 호들갑스러운 찬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완벽한 리얼리즘’극찬
‘삼천리’에 연달아 3회 실린 ‘낙동강’은 1933년 여름 낙동강 홍수를 배경삼아 풀뿌리로 끼니를 해결하면서도 소작료를 걱정하는 농민들의 비참한 처지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굶주린 어린 아이가 부잣집 음식을 훔쳐먹은 개가 싸지른 물똥을 뒤적이며 보리쌀을 찾아 입에 넣는 장면은 끔찍할 만큼 생생하다. 갓 스물 넘은 신인 솜씨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뛰어난 글솜씨다.농민들이 단결해 지주에 맞선다는 ‘계급의식’까지 갖췄으니 당시의 혁명적 분위기에도 어울렸을 것이다.
◇‘약광고’ 같다면서도 기대
교토제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시인 겸 문학평론가 정노풍(1903~1968)은 ‘묘사수법에 있어 간간 보여준 교묘한 필치는 이 작자의 뛰어난 재질을 엿볼 수가 있었다’며 ‘신춘문예작품 중 제1류에 속해서 마땅’(최근 문예논평 4, 동아일보 1935년3월5일)하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완벽한 리얼리즘’(장혁주)이란 평가는 ‘매약(賣藥)광고’처럼 과장이 지나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정노풍은 ‘객관적 리얼리즘의 출발’정도가 어떻겠느냐며 수위를 누그러뜨렸다.
◇카프 작가 이갑기와 결혼
데뷔작을 발표할 당시 최정원은 신혼이었다. 1934년 5월 대구 출신 카프 작가 이갑기(李甲基)와 결혼했다. 달성공원 아래에 집을 얻어 꿈같은 신혼생활을 보낸지 두달도 채 안돼 남편이 체포됐다. 카프 사건에 연루돼 전주로 압송된 것이다. 최정원의 데뷔작 ‘낙동강’은 남편이 경찰에 끌려가 문초를 당하는 와중에 탄생했다.
이갑기(1908~?)는 1930년초부터 이형림, 현인(玄人)이란 필명으로 활약한 문학평론가이자 중외일보에 만담 ‘삼복소견’, 시사만화 ‘노멍텅이’ 등을 연재한 만화가였다. 특히 경성제대 출신 엘리트 동반자 작가 이효석이 직업난 때문에 총독부 검열관으로 취직한 것을 거칠게 비판해 뉴스의 중심에 섰다.효석의 부인 이경원의 표절까지 폭로하면서 압박했다.



카프작가 이갑기는 신동아 1934년7월호에 카프 해소론을 제기한 글을 기고했다. 최정원과 갓 결혼한 그 즈음, 카프 2차 사건이 터지면서 검거돼 이듬해 12월에야 석방됐다.


◇총독부 검열관 취직한 이효석 맹공격
카프 사건으로 잡혀가기 직전, 이갑기는 ‘예술동맹의 해소를 제의함’(신동아 1934년7월호)이란 도발적 글을 발표했다. 이형림(荊林)이란 필명이었다.‘카프 즉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을 지양(止揚)하자’로 시작한 이 글은 카프의 극단적 종파주의가 문예활동을 억압해 카프의 정신 자체를 무너뜨릴 위기에 있으므로 조직 재정비를 위해서라도 카프는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프 해산론’을 정면으로 제기한 것이다. 카프 열성분자였던 이갑기의 글은 문단에 만만찮은 파문을 던졌다.
그런 그가 1934년 6월 카프 사건으로 검거된 것이다. 전주 형무소에 수감된 그는 이듬해 12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야 풀려났다. 최정원은 패기넘치는 문학청년인 남편과 ‘함께 노래 부르며 문학이론도 토론하며’ ‘달밝은 밤이면 천변을 거닐기도 하며’ 신혼의 단꿈을 즐기다 불의의 일격을 맞고 1년 넘게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이갑기는 이후 만선(滿鮮)일보 기자로 일하면서 1940년 ‘홍길동전’을 연재했다. 최정원도 남편을 따라 만주로 떠났을 것이다. 이갑기는 광복 이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면서 좌파 문예활동에 복귀했다. 1948년 4월 남북연석회의 때 기자 신분으로 월북한 후 돌아오지 않았다. 최정원도 함께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
◇1948년 4월 남북협상때 월북
이갑기는 월북 이후 평론 이외에도 시, 소설 창작에 나섰으나 별다른 평가를 받지 못했다.1970년 단편 ‘집’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행적이 보이지 않는다.(김성수, 월북 작가의 평양 중심주의 인문지리 교양-현인 이갑기의 생애와 기행수필집 ‘조국강산’론 참조) 최정원의 월북 이후 문단 활동이나 행적은 확인할 수없다. 6.25 때 납북된 형부 김동환을 만났는지 여부도 알 수없다. 데뷔작 1편으로 ‘완벽한 리얼리즘’이란 찬사를 받은 작가이자 최초의 ‘미스 코리아’ 최정원은 이렇게 사라졌다.
◇참고자료
삼천리일색 발표, 삼천리 제3권11호, 1931,11
최정원, 낙동강, 삼천리 제6권11호, 1934,11
이형림, 예술동맹의 해소를 제의함, 신동아 제4권제7호, 1934, 7
홍루(紅淚)짜는 문사부인들, 삼천리 제7권2호, 1935,2
만화경, 별건곤 제45호, 1935,2
김성수, 월북작가의 평양중심주의 인문지리 교양-현인 이갑기의 생애와 기행수필집 ‘조국강산’론, 근대서지 23, 2023, 6
김지혜, 미스 조선, 근대기 미인대회와 미인 이미지, 미술사논단 38호, 201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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