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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면 위해 화제를 데리고 머리가 있다는 치는도둑맞은 자부심앨리 러셀 혹실드 지음
이종민 옮김
어크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지 1년이 다가온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가 가난한 백인들의 지지를 대거 흡수해 승리를 차지했다는 분석은 그동안에도 많이 나왔다.
애팔래치아산맥이 뻗어 있는 켄터키주의 제5 연방하원선거구(KY-5)가 대표적인 사례다. KY-5는 미국의 435개 선거구 중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곳이자 백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이곳 유권자들은 2016년과 2020년에 이어 2024년 대선 때도 모두 80% 넘게 트럼프를 지지했다. 그런데 이 선거구는 원래 프랭클린 루스벨트 부동산동향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열렬히 지지했고 존 F 케네디와 빌 클린턴에게 표를 몰아준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다.
지난 4월 백악관에서 ‘미국을 다시 수익률높은펀드
위대하게’란 문구가 영어로 새겨진 모자를 향해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뻗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도둑맞은 자부심』의 저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주민들과의 장기간 심층 인터뷰를황금성 다운로드
통한 정치적 감정 변화 추적’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가난한 백인들이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과정을 정밀하게 리포트했다. 감정의 사회적 의미를 깊이 있게 분석해 온 혹실드는 KY-5 중에서도 파이크카운티와 파이크빌 유권자들을 7년 동안 대면으로 만나면서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속속들이 듣고 기록했다. 혹실드는 트럼프 현상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부심과 수참엔지니어링 주식
치심 꼽았다.
석탄 광산업이 발달했던 파이크빌은 1980년대만 해도 고등학생이 벤츠 몰고 다닐 정도로 부자 동네이자 중도적 정치의 중심지였다. 주민들의 자부심은 넘쳐났다. 하지만 90년대부터 석탄 수요가 급감하면서 광산 일자리가 줄자 극심한 빈곤이 찾아왔다. 자부심은 썰물처럼 사라졌고 그 빈자리에 마약이 밀려들었다. 개미투자
모든 고난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문화 때문에 주민들은 깊은 수치심에 사로잡히게 됐다.
이러한 수치심에 불을 붙인 것이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이 모든 것은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민주당 지지자들, 이민자들, 무슬림, 소수자들이 당신들의 자부심을 빼앗아 갔다”고 선동했다. 트럼프의 이런 강렬한 유세가 ‘잊힌 존재’로 수치심과 분노에 갇힌 백인들에게 먹혀들었다. 그들의 선택을 움직인 건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감정이었던 셈이다.
혹실드의 이야기는 201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구 7000명의 파이크빌에선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수천명 집결해 가두행진 시위를 벌일 계획이었다. 광산업 몰락과 마약 침투에 이어 극우 물결까지 더해 ‘완벽한 폭풍’이 몰아닥칠 기세였다.
네오나치주의자 하임바크는 “이곳 사람들은 석탄 회사들이 자신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연방정부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정당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파이크카운티는 트럼프에게 투표했고 덕분에 우리도 목소리를 낼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가두행진에서 우려했던 폭력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파이크빌 지역 주민들의 참여는 거의 없었다. 자부심은 상처를 입었고 수치심은 커졌지만 백인 민족주의에는 그다지 호응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메이너드는 “난 힐빌리(hillbilly,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사는 백인 하층민)일지는 몰라도 레드넥(redneck, 인종차별적인 남부 백인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말)은 아니에요”라며 백인 민족주의자들에게 강한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시위가 폭력적이지 않았다고 해도 그 영향이 작다고만은 할 수 없다. 트럼프의 주장은 주민들에게 파고들기에 충분했다. 석탄 광부로 일하다가 사고를 당해 직장을 잃은 한 남성은 “트럼프가 석탄 산업을 되살리겠다고 했을 때 거짓말이란 걸 알았어요. 하지만 그는 내 진짜 모습을 알아봐주는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켄터키주는 예산의 38%를 연방정부에 의존하고 있고 KY-5의 의존도는 그보다 훨씬 높다. 그런데 트럼프는 메디케어 등의 연방 지원 삭감을 공약해 파이크빌 주민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파이크빌 주민 제임스 브라우닝은 “다들 걱정하지 않아요. ‘트럼프를 찍은 게 실수였나?’라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못 봤습니다”라고 했다.
이 책은 계층 간 분열이 극심한 한국의 정치지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데올로기보다 훨씬 빨리 전파되는 감정은 한국의 정치구도도 대번에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한경환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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