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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불이 낮에 그래. 상했 없을 명은미식가가 즐기는 수제 아이스크림 취향·건강 반영 직접 레시피 창작
가정용 메이커에 원하는 재료 넣고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어 인기



“아이스크림은 단순히 달콤한 음식이 아닙니다. 차갑게 얼린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내리며 퍼지는 부드러운 매력, 그 즐거움이 있지요. 그래서 아이스크림 애호가들은 오히려 겨울에 더 많이 찾습니다. 오래도록 그 맛을 음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제 아이스크림 전문점 ‘펠앤콜’ 최호준 대표가 전하는 아이스크림의 매력이다. 이런 매력을 한층 끌어올린 주인공은 바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이다. 미국에서 시작돼 한국으로 퍼진 이 흐름은 부산국제금융센터 K팝 등 한류 열풍과 맞물려 ‘K-푸드’로 확장됐고, 최근에는 디저트 시장으로까지 번졌다. 세계 곳곳에서 깻잎·쑥·흑임자·인절미·막걸리 등 한국 풍미를 담은 아이스크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수제 아이스크림의 다양화는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본격화됐다. 당시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 수제 전문점이 속속 등장하며 바닐라·초콜릿을 넘어 에스에프에이 선 독창적인 플레이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005~2010년 사이 ‘바이-라이트 크리머리(Bi-Rite Creamery)’, ‘험프리 슬로컴(Humphry Slocombe)’ 등이 등장해 ‘아이스크림 신(scene)’을 열었고, 허니라벤더, 와인 칵테일 ‘깔리모초’, 허브·향신료 아이스크림 같은 실험적 메뉴를 선보였다. 아이스크림은 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발표 순한 간식을 넘어 ‘미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도 아이스크림의 위상은 달라졌다. 쭈쭈바, 하드바 같은 슈퍼마켓 제품과 프랜차이즈 매장이 이끌던 시장에 이제는 수제 아이스크림이 들어서며 ‘골라 먹는 재미’를 넘어 미식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이 흐름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곳이 서울 상수동의 ‘펠앤콜’이다. 최 대표는 호텔·마케팅 전공에 카드론 미국 MBA 과정을 마친 뒤 잠시 귀국했다가, 유학 시절 즐기던 샌프란시스코 수제 아이스크림을 한국에서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당시 국내 ‘수제 아이스크림’ 매장 대부분은 프리믹스를 사용했기에 신선하고 개성 있는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직접 작은 기계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며 가족과 지인에게 나누다, 반응에 힘입어 2011년 여름 펠앤콜을 5000만원 열었다.
깻잎 아이스크림은 그의 대표작이다. 바질이 너무 비싸 대신 깻잎을 넣어 만든 세계 최초의 시도였다. 이후 막걸리, 사천후추, 딸기 레드와인, 베이컨, 솔티 캐러멜 등 200여 종이 넘는 플레이버가 탄생했다. 최 대표는 “처음부터 아이스크림을 디저트가 아닌 ‘음식’의 관점에서 다뤘다. 미식가가 즐길 수 있는 아이스크림, 그것이 펠앤콜의 출발이자 지금까지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넘어 한국에서도 개성 있는 전문점의 등장으로 수제 아이스크림은 미식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사진 코스모앤컴퍼니]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 브랜드도 한국의 재료를 응용한 아이스크림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 아시아풍 아이스크림이 일본 말차나 홍콩식 밀크티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깻잎, 인절미, 흑임자, 막걸리, 고추장, 된장까지 플레이버가 확장됐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한국풍 아이스크림’이 출시되며 K-푸드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흐름이 전문점에서 가정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유럽·한국에서 가정용 아이스크림 메이커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는 단백질 보충과 디저트 즐기기를 결합한 ‘프로틴 아이스크림’ 열풍이 불고 있다. 단백질 파우더, 저지방 우유, 그릭요거트를 활용한 고단백 레시피는 SNS에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메이커 닌자(Ninja)의 ‘크리미(Creami)’는 집에서도 젤라토·셔벗·프로틴 아이스크림을 쉽게 만들 수 있어 SNS를 중심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원하는 재료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쫀득한 질감이 완성돼 ‘맞춤형·건강 디저트’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가정으로 퍼지며, 닌자의 아이스크림 메이커 ‘크리미’ 같은 가정용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코스모앤컴퍼니]


한국에서도 계절 과일, 저지방·저당 레시피를 활용한 홈메이드 아이스크림이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건강을 고려한 소비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식문화 커뮤니티 ‘지글지글클럽’이 최근 진행한 설문조사(응답자 165명)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구매 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중복 응답)는 맛(79.4%), 첨가물 종류(37.6%), 당 함량(35.8%), 가격 대비 만족도(24.2%) 순이었다. 또 구매 시 가장 우려되는 요소(중복 응답)로는 높은 설탕 함량·열량(70.3%), 방부제·인공색소(59.4%), 위생·안전성(20%), 신선함(19.4%), 가격(14.6%), 유당불내증·알레르기(11.5%)가 꼽혔다.
이처럼 2025년의 아이스크림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재료까지 꼼꼼히 따지는 ‘미식의 영역’이자, 취향과 건강을 반영해 직접 레시피를 창작하는 ‘개인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