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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몸집이 커다란 동물의 이름엔 ‘큰’을 붙이거나 한자로 ‘클 대(大)’ 또는 ‘임금 왕(王)’을 붙여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큰말똥가리, 대백로, 대왕오징어, 왕도마뱀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동물 이름에 ‘황제(emperor)’가 붙은 건 황제펭귄(Emperor penguin, Aptenodytes forsteri)이 유일해 보인다.
실제로 2018년 12월 극지연구소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인근 케이프 워싱턴에서 황제펭귄을 처음 마주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약 5만 쌍에 달하는 황제펭귄들이 떼를 지어 있었는데, 몸무게 30㎏에 키가 120㎝에 저소득층 지원 달할 정도로 덩치가 컸고 위엄이 느껴질 정도로 천천히 눈 위를 걷는 모습에 웅장함을 느꼈다. ‘과연 황제라고 부를 만하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펭귄은 이름만 특이한 게 아니라 새끼를 키우는 방식도 남다르다. 해가 뜨지 않는 극야 기간(낮에도 해가 뜨지 않는 시기)에 번식하는 유일한 종이다. 평균 영하 40도에 달하는 추위를 피해 서브프라임영향 다른 동물은 멀리 떠나거나 바닷속에서 지내는 동안, 아무도 없는 바다 얼음 위에 올라와 캄캄한 어둠을 뚫고 번식지로 향한다.
얼음 위에 올라온 뒤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수컷과 암컷이 약 45일간 서로를 확인하고 짝을 짓는다.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은 수컷의 발등에 알을 낳고 먹이를 찾아 바다로 떠나고, 수컷은 홀로 남아 약 70일을 더 굶 초등학교 등록금 으며 알을 품는다. 그런 뒤 새끼가 알에서 깨어날 때가 되면 암컷이 다시 번식지로 돌아와 자신의 짝을 찾는다.
수많은 펭귄이 한곳에 모여서 번식을 하면 부부는 짝을 어떻게 찾을까? 1979년 프랑스 연구자 피에르 주방탱 방사는 황제펭귄 부부의 목소리를 녹음했다가 다시 틀어 주는 실험(Playback)을 통해 이들이 짝의 소리에 반응한다는 7080직장인밴드 걸 알아냈다. 수만 쌍의 펭귄이 모여 있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목소리로 찾는 것이다.
알을 품는 포란기를 포함해 남극의 겨울 동안 황제펭귄 수컷은 차가운 남극의 바람을 서로 몸을 기대고 체온을 나누는 ‘허들링’(Huddling)’을 하며 버틴다. 허들링은 수컷 군집이 벌집처럼 육각형 격자구조로 붙어 서서, 서로의 자리를 바꿔가며 학원강사 자격 추위를 견디는 행동이다. 펭귄에 관해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장면이지만, 허들링은 추운 겨울에만 볼 수 있다. 10년째 남극을 오가며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가 실제로 허들링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방문하는 12월~2월은 남극의 여름이라 일 년 가운데 가장 따뜻한 시기다. 여름이 되면 이미 새끼들도 슬슬 독립을 준비할 정도로 꽤 성장해 있다.
펭귄도 다른 조류와 마찬가지로 항온동물이라 생존을 위해선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 때문에 번식기엔 발등에 큼지막한 알을 품은 채 온도가 3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 따라서 추위를 버티기 위해서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 추위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몸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열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전달된다. 차가운 곳에 사는 펭귄이 열을 지키려면 따뜻한 곳 근처로 모여야 한다. 추운 겨울에 난로를 피우고 곁에서 몸을 녹이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남극 펭귄에게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열원은 바로 ‘친구’들이다.
단지 동료들 옆에 모여 있기만 해도 뜨끈한 난로를 끼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황제펭귄은 혼자 있을 때보다 5~10마리가 무리를 지어 있으면 대사율을 39% 정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친구가 옆에 있으면 바람을 막아 주는 효과도 생긴다. 빙하를 따라 불어오는 활강풍은 체온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기 때문에 덩치와 키가 비슷한 동료들끼리 붙어 있으면 체감온도를 올릴 수 있다.
허들링은 단순히 모여 있는 게 아니다. 개체들이 연속적으로 이동하며 구심점을 향해 파고들며 원을 만들어 순환하는 구조다. 따라서 단지 모여 있을 때보다 효율적으로 공기와 닿는 면적을 줄일 수 있다. 공기와 맞닿는 면이 넓을수록 빠져나가는 에너지가 많아지기 때문에 남극 펭귄은 몸집을 키우고 단면적이 낮은 둥글둥글한 체형을 갖도록 진화했다. 몸집보다 공기와 닿는 면적이 줄어들면 물질대사로 인해 발생하는 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공기와의 접촉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황제펭귄 수컷은 번식 기간의 3분의 1 이상을 허들링 하며 공기에 노출되는 면적을 최소화한다.
추운 곳에 사는 다른 동물에서도 펭귄과 같은 허들링 행동이 관찰되는데, 소형 포유류인 짧은꼬리들쥐(short-tailed field voles, Microtus agrestis) 역시 이러한 행동으로 주변 온도를 약 5도가량 높이고 열에너지 소모를 약 55% 줄인다.



황제펭귄 수컷은 번식 기간의 3분의 1 이상을 허들링 하며 공기에 노출되는 면적을 최소화한다. 이원영 제공


황제펭귄이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고안해 낸 또 다른 전략은 바로 체온 자체를 조금 낮추는 것이다. 인간의 체온인 36.5도 유지되는 것과 비교해 물질대사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조류는 약 38도로 체온을 유지한다. 황제펭귄의 평소 체온은 38.4도이지만 겨울철 번식기엔 이보다 1.7도 낮은 36.7도가 된다. 몸에 큰 이상이 없는 선에서 체온을 약간 낮추면 물질대사를 통한 열에너지 생산을 그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짝짓기와 포란기를 통틀어 넉 달 가까이를 단식하면서 몸 안에 축적된 지방을 태우며 견디는 수컷 황제펭귄에겐 꽤 유용한 전략이다.
남극에서 야외조사를 하는 게 직업이라고 말하면 어떤 분들은 웃으며 이렇게 얘기한다. “이제 적응이 되셔서 추운 건 아무렇지도 않으시겠어요!” 그럴 땐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이렇게 답한다. “설마요. 추위는 쉽게 적응이 되지 않더라고요.” 여름에만 잠시 남극에 다녀온 것만으로는 절대 추위에 적응할 수 없다. 6000만 년 전 조상 때부터 남반구 바다에서 적응해 온 황제펭귄 정도는 돼야 이런저런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 빛조차 들지 않는 짙은 어둠 속에서 서로의 온기에 의지하는 전략은 황제펭귄이 남극의 겨울을 버텨낼 수 있었던 효과적인 방법이고, 그 덕택으로 포식자에 대한 걱정 없이 새끼를 키울 수 있게 됐다.

이원영의 아주 극한의 세계는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줄기러기를 아시나요? 영하 272도에서도 죽지 않는 곰벌레는요? 인간은 살 수 없는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동물이 많은데요. 여름엔 북극, 겨울엔 남극에서 동물행동을 연구하는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지구 끝에서 살아가는 경이로운 생물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이원영의 아주 극한의 세계(https://www.hani.co.kr/arti/SERIES/3304?h=s)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동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글·사진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동물행동학자